전 세계에서 실제로 테이프아웃하는 회사는 몇 개일까
전 세계 full-mask 양산 tape-out 회사는 약 900~1,100개사, MPW 포함 시 1,250~1,650개사로 추정된다. 이름과 증거로 검증한 640개사 센서스와 그 셈법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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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실제로 테이프아웃하는 회사는 몇 개일까
결론부터
전 세계에서 full-mask로 양산 테이프아웃을 하는 회사는 약 900~1,100개사로 추정된다. MPW와 shuttle까지 포함하면 약 1,250~1,650개사다. 등록만 된 설계회사까지 세면 약 5,700~6,300개사에 이르지만, 대부분은 테이프아웃 여부가 개별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이 글은 그 차이를 숫자로 분리한 첫 번째 센서스다.
이름과 증거로 직접 확인한 회사는 이번 조사에서 640개사다. 양산 제품을 파는 Tier A가 511개사, 테이프아웃은 확인됐지만 양산 전인 Tier B가 129개사다. 나라별로는 중국 173개사, 미국 147개사, 대만 97개사, 한국 56개사, 일본 33개사에 더해 유럽 66개사, 이스라엘 22개사, 인도 15개사, 캐나다 10개사, 동남아 8개사, 호주 7개사, 그리고 남아공·브라질·멕시코·터키 6개사를 확인했다. 그래도 640개사는 최종 답이 아니라, 이름으로 증명할 수 있는 하한선이다. 확인 가능한 공개 증거가 없는 회사는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640개사 전체 명단은 전 세계 테이프아웃 기업 센서스 2026 전체 명단에서 회사별 증거와 함께 공개했다.
왜 이 숫자는 아무도 정확히 모를까
테이프아웃은 파운드리와 고객 사이의 계약이다. 계약은 비공개다. 어떤 회사가 어떤 공정으로 언제 테이프아웃했는지는, 회사가 스스로 발표하지 않는 한 밖에서 알 수 없다. 상장 회사는 공시와 실적에서 단서가 나온다. 비상장 회사는 제품이 실제로 팔리기 시작해야 보인다. 문을 닫은 회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질문에 답하려면 하나의 명부를 찾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서로 다른 성격의 숫자를 겹쳐서 범위를 좁혀야 한다. 이 글은 확인된 사실을 먼저 놓고, 그 위에 추정을 쌓는 방식을 썼다.
확인된 사실부터
가장 단단한 숫자는 TSMC가 직접 공개한 고객 수다. TSMC는 2025년에 534개 고객을 위해 12,682개의 서로 다른 제품을 305개의 공정 기술로 제조했다고 밝혔다. 2024년에는 고객이 522개사였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12,682개는 그 해에 새로 테이프아웃한 제품 수가 아니라, 그 해에 양산한 제품의 종류 수다. 오래된 제품도 포함된다. 둘째, 534개 고객에는 팹리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체 팹을 가진 회사와 시스템 회사도 포함된다.
두 번째 사실은 중국이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 집계로 2024년 중국 칩 설계회사는 3,626개사다. 그런데 매출이 1억 위안을 넘는 회사는 약 20%, 약 725개사뿐이다. 나머지 약 2,900개사 중 상당수는 규모가 매우 작다. 테이프아웃을 한 번도 하지 않은 회사, 설계 서비스를 하는 회사, 사실상 멈춘 회사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3,626이라는 숫자는 설계회사의 등록 규모를 보여줄 뿐, 테이프아웃 회사의 수가 아니다.
세 번째 사실은 한국이다. 한국 팹리스는 약 120개사로 알려져 있다. 중국과 한국의 격차는 회사 수에서 이미 30배 가까이 벌어져 있다. 다만 회사 수가 곧 경쟁력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중 몇 개사가 실제로 양산 테이프아웃을 반복하는가다.
역사적 기준점도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연합의 전신인 팹리스 협회는 2010년에 전 세계 팹리스를 약 1,300개사로 봤다. 15년이 지난 지금, 중국 한 나라의 등록 설계회사만 그 세 배에 가깝다. 산업의 무게중심이 얼마나 이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셈법: 세 개의 층으로 나눴다
이 센서스는 회사를 세 층으로 나눈다.
Tier A는 양산이다. 실제 칩 제품을 팔고 있는 회사다. 매출이 있고, 상장 공시가 있고, 출하 중인 제품이 있다. 누구나 제품 페이지와 실적에서 확인할 수 있다.
Tier B는 테이프아웃은 했지만 양산 전이다. 테이프아웃 발표가 있거나, MPW와 shuttle에 참여했거나, 동작하는 실리콘과 프로토타입이 신뢰할 수 있는 출처로 확인된 회사다. 스타트업이 대부분 이 층에 있다. 이 층에서 양산으로 올라가는 회사도 있고, 사라지는 회사도 있다.
Tier C는 등록만 된 회사다. 설계회사로 등록돼 있지만 테이프아웃 여부가 개별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이 층은 이름으로 세지 않고 숫자로만 다룬다. 확인 안 된 이름을 명단에 넣는 순간, 센서스는 통계가 아니라 추측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계도 분명히 했다. 자체 칩이 없이 IP만 파는 회사는 제외했다. 자체 제품 없이 설계만 대행하는 회사도 제외했다. 파운드리와 후공정 회사, 장비 회사도 제외했다. 반대로 회사 형태가 달라도 자체 칩을 테이프아웃하면 포함했다. 팹리스 제품 회사는 물론이고, 자체 설계 조직을 가진 IDM, 그리고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용 칩을 직접 설계하는 시스템 회사의 내부 실리콘 조직까지 포함했다. 내부 조직은 모회사를 밝혀서 별도 행으로 셌다.
900~1,100이라는 숫자는 어떻게 나왔나
출발점은 사실이다. TSMC 고객 534개사다.
여기에 TSMC를 쓰지 않는 회사를 더한다. 중국 내수 파운드리만 쓰는 회사, 특수 공정 파운드리만 쓰는 아날로그와 전력 회사, 다른 대형 파운드리를 주로 쓰는 회사가 있다. 이들을 TSMC 고객과 겹치지 않는 회사만 골라 280~420개사를 더했다. 한 회사가 파운드리 두 곳을 동시에 써도 한 개사로 세는 것이 원칙이다. 겹침을 35~50%로 보고 이미 제거한 숫자다.
마지막으로 파운드리 고객 명단에 잡히지 않는 IDM 내부 설계 조직을 더한다. 자체 팹에서만 칩을 만드는 설계 조직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미 TSMC 고객인 IDM은 빼고 순증으로 60~100개사를 더했다.
합치면 874~1,054개사가 된다. 반올림하면 900~1,100개사다. 이 구간이 이 글의 중심 답이다. 특정한 하나의 숫자를 찍지 않은 이유는, 대형 파운드리 대부분이 고객 수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개하지 않는 숫자를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것보다, 구간의 폭으로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쪽이 정직하다.
MPW까지 포함하면 왜 1,250~1,650인가
테이프아웃에는 종류가 있다. Full-mask 테이프아웃은 마스크 세트를 새로 만들어 양산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비용이 크다. MPW는 여러 회사의 설계를 한 웨이퍼에 나눠 태우는 방식이다. 비용이 훨씬 작고, 스타트업과 연구 조직이 실리콘을 처음 확인하는 통로로 쓴다.
MPW로만 테이프아웃하고 아직 양산에 이르지 못한 회사를 위 구간에 더하면 350~600개사가 추가된다. 중국 롱테일에서 250~400개사, 중국 밖의 스타트업과 대학 스핀오프에서 100~200개사로 봤다. 합산하면 1,224~1,654개사, 반올림해 1,250~1,650개사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테이프아웃한 적이 있는 회사"와 "양산 테이프아웃을 하는 회사"는 다른 집단이다. 전자는 후자보다 수백 개사가 많다. 산업 정책과 투자에서 봐야 할 숫자는 대부분 후자다. 전자만 세면 거품이 섞인다.
이름으로 확인한 640개사가 말해주는 것
이번 명단에서 가장 큰 덩어리는 역시 중국과 미국과 대만이다. 세 나라 합계가 417개사로 전체의 65%를 차지한다. 나머지 35%는 한국과 일본, 유럽과 이스라엘, 인도와 캐나다, 동남아와 호주 등에 넓게 퍼져 있다. 반도체 설계는 소수 거점에 집중돼 있으면서도, 생각보다 많은 나라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중국 173개사는 상장 팹리스가 중심이다. 중국 전체 등록 설계회사 3,626개사와 비교하면, 이름과 증거로 확인되는 회사는 아직 5%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가 모두 가짜라는 뜻은 아니다. 확인 가능한 공개 증거가 없다는 뜻이다. 중국의 롱테일은 이 산업에서 가장 크고, 가장 안 보이는 부분이다.
미국 147개사에는 상장 팹리스와 IDM뿐 아니라 내부 실리콘 조직이 많이 포함된다. 클라우드 회사와 전기차 회사, 네트워크 회사까지 자체 칩을 설계하는 시대가 되면서, "반도체 회사"의 경계 자체가 넓어졌다. 미국 명단에서 내부 조직의 비중은 다른 나라보다 뚜렷하게 높다.
대만 97개사는 상장 설계회사의 밀도가 가장 높은 집단이다. 등록 추정치 300~350개사와 비교해도 확인 비율이 높다. 상장 중심의 산업 구조가 명단을 단단하게 만든다.
한국 56개사는 약 120개사로 알려진 팹리스 모수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한다. 상장사와 실제로 제품을 내는 비상장사를 합친 숫자다. 일본 33개사는 IDM과 그 내부 설계 조직의 비중이 높다. 두 나라 모두 모수 자체가 중국과 미국보다 작고, 그 안에서 확인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유럽 66개사는 그림이 다르다. 자체 팹을 가진 대형 설계 조직과 차량·센서 분야의 중소 팹리스가 함께 두껍다. 이스라엘 22개사는 차량과 레이더, 위성통신 같은 분야의 제품 회사가 밀집한 집단이다. 인도 15개사와 캐나다 10개사, 동남아 8개사, 호주 7개사는 규모는 작지만 실제로 칩을 내는 회사가 나라마다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뉴질랜드는 이번 조사에서 검증된 제품 팹리스를 찾지 못했다. 없는 것을 없다고 적는 것도 센서스의 일부다.
이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
첫째, 회사 수와 테이프아웃 건수는 다르다. 내부 실리콘 조직 하나가 1개사로 세어지지만, 실제로는 해마다 여러 개의 칩을 테이프아웃한다. 반대로 작은 팹리스는 몇 년에 한 번 테이프아웃할 뿐이다. 산업의 실제 활동량은 회사 수보다 제품 수와 마스크 수에 더 가깝다. TSMC가 한 해에 12,682종의 제품을 양산한다는 사실이 그 규모를 보여준다.
둘째, 롱테일은 빠르게 바뀐다. Tier B 회사는 양산으로 올라가거나 사라진다. 등록 회사 수도 해마다 크게 변한다. 이 센서스의 숫자는 2026년 10월 기준의 스냅샷으로 읽어야 한다.
셋째, 국가 간 비교에서는 모수를 함께 봐야 한다. 확인된 회사 수만 비교하면 공개 제도가 발달한 나라가 유리하게 보인다. 등록 모수와 확인 비율을 함께 볼 때 비로소 산업의 투명도와 실제 규모를 구분할 수 있다.
한계
이 센서스에는 분명한 한계가 세 가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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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명단은 여전히 하한선이다. 유럽과 이스라엘, 인도, 캐나다, 동남아, 호주까지 이름 명단을 완성했지만, 중국과 미국의 비상장 롱테일에는 공개 증거가 부족해 넣지 못한 회사가 아직 많다. 이름이 없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둘째, 대형 파운드리 대부분이 고객 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양산 구간의 폭이 200개사 가까이 벌어진다. 파운드리 공개가 늘어나면 구간은 좁아진다.
셋째, 명단 640개사 중에도 증거의 강도는 다르다. 상장 공시로 확인되는 회사가 가장 단단하고, 테이프아웃 발표만으로 확인되는 스타트업이 가장 약하다. 명단의 각 행에는 증거 종류와 출처, 신뢰도를 함께 적었다. 인용할 때는 그 열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센서스가 의미 있는 이유는, 처음으로 "등록된 설계회사 수"와 "실제로 테이프아웃하는 회사 수"를 분리해서 제시했기 때문이다. 3,626이라는 중국 숫자 하나만으로 산업을 판단하는 일도, 이름 아는 회사 몇 백 개만으로 전 세계를 다 본 것처럼 말하는 일도, 이 분리 앞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테이프아웃이라는 단어부터 정리하면
테이프아웃은 설계 데이터를 파운드리에 넘기는 순간을 가리키는 업계 용어다. 옛날에는 그 데이터를 자기 테이프에 담아 보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지금은 파일로 전송하지만 용어는 그대로 남았다. 설계팀 입장에서는 이 순간이 시험 답안지를 제출하는 순간과 같다. 이후에는 회로를 고칠 수 없다. 고치려면 마스크를 다시 만들어야 하고, 그 비용과 시간을 처음부터 다시 치러야 한다.
그래서 테이프아웃은 반도체 설계에서 가장 무거운 의사결정이다. 공정이 미세할수록 마스크 비용이 급격히 비싸진다. 성숙 공정에서는 감당할 만한 수준이지만, 첨단 공정에서는 마스크 한 세트와 설계 인력, 검증 비용,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합치면 회사 하나의 운명이 걸리는 금액이 된다. 스타트업이 테이프아웃 발표를 보도자료로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테이프아웃은 "우리 설계가 말로만이 아니라 실리콘으로 나간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테이프아웃을 하지 않는 설계회사는 아직 그 시험을 치르지 않은 회사다. 사업자 등록과 사무실과 설계 인력만으로는 반도체 회사의 실체를 판단할 수 없다. 실리콘으로 증명했는지가 경계선이다. 이 센서스가 등록 수가 아니라 테이프아웃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다.
회사 형태별로 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이번 명단은 회사 형태를 네 가지로 나눠 적었다.
첫째는 팹리스 제품 회사다. 자체 브랜드로 칩을 설계하고 팔며, 제조는 파운드리에 맡긴다. 명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형태다. 상장 팹리스가 많은 나라일수록 이 층이 두껍고 확인도 쉽다.
둘째는 IDM 내부 설계 조직이다. 자체 팹을 가진 회사의 설계 부문이다. 이들은 칩을 외부에 팔기도 하고 자기 제품에만 쓰기도 한다. 파운드리 고객 명단에는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파운드리 숫자만으로는 이 층을 놓친다. 일본과 유럽의 설계 역량 상당 부분이 실제로 이 형태 안에 있다. 유럽 명단에서 이 층의 비중이 큰 이유다.
셋째는 시스템 회사의 내부 실리콘 조직이다. 스마트폰 회사, 클라우드 회사, 전기차 회사가 자기 제품에 넣을 칩을 직접 설계하는 경우다. 이들은 반도체를 외부에 팔지 않지만, 테이프아웃 규모로는 전문 팹리스보다 큰 경우도 많다. 이 층을 빼고 세면 데이터센터와 모바일 칩의 실제 설계 주체 상당 부분을 놓치게 된다. 반대로 이 층을 "반도체 회사 수"에 넣을 때는 모회사를 밝혀야 한다. 그래야 같은 그룹을 여러 번 세는 오류를 피할 수 있다.
넷째는 ASIC 서비스 회사다. 고객의 칩을 대신 설계하고 테이프아웃까지 책임지는 회사 중, 자체 제품 흐름과 설계 자산을 가진 곳만 포함했다. 단순 인력 파견형 설계 대행은 제외했다. 이 경계는 나라마다 산업 구조가 달라서 판단이 필요한 지점이며, 명단에는 형태를 따로 표기해 독자가 구분할 수 있게 했다.
왜 중국 숫자는 읽기가 가장 어려운가
중국은 이 센서스에서 가장 큰 나라이면서 가장 불투명한 나라다. 등록 설계회사 3,626개사라는 숫자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크다. 그러나 공개 증거로 확인되는 회사는 그 일부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중국 비상장 회사는 공시 의무가 없고, 제품이 중국 내수 공급망 안에서만 돌면 영어권은 물론 중국어권 공개 자료에서도 흔적이 적게 남는다. 확인이 안 된다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이 글은 중국에 대해 두 개의 숫자를 동시에 제시한다. 등록 모수 3,626개사와, 이름으로 확인한 173개사다. 진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고, 테이프아웃 기준 추정에서는 중국 내수 파운드리 전용 고객을 별도 구간으로 더해 그 간극을 메웠다. 이 방식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한쪽 숫자만으로 중국을 설명하는 것보다는 낫다.
중국 롱테일의 또 다른 특징은 변동성이다. 새로 생기는 회사도 많고 사라지는 회사도 많다. 올해 명단에 있는 회사가 내년에도 같은 자리에 있다고 보장할 수 없다. 중국의 회사 수는 한 시점의 재고가 아니라 흐름으로 읽어야 한다.
스타트업에게 Tier B는 어떤 의미인가
Tier B 129개사는 이 센서스에서 가장 역동적인 층이다. 테이프아웃은 했지만 아직 양산 매출로 증명하지 못한 회사들이다. 이 층의 회사가 다음 조사에서 Tier A로 올라가면 산업에 새 공급자가 생긴 것이고, 명단에서 사라지면 그 테이프아웃은 제품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투자자와 산업 정책 입장에서 Tier B는 관찰 명단이다. 테이프아웃 자체는 설계 역량을 증명하지만 사업 성공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실리콘이 돌아온 뒤에도 고객 확보와 수율, 패키징, 소프트웨어 생태계라는 관문이 남아 있다. 테이프아웃을 끝으로 착각하면 안 되는 이유다. 반대로 테이프아웃조차 하지 못한 회사를 같은 선상에서 평가하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Tier 구분은 그 중간 지점을 표시하기 위한 장치다.
이 센서스를 활용하는 법
이 명단과 모델은 세 가지 용도로 쓸 수 있다.
첫째, 시장 규모의 현실 점검이다. 누군가 "전 세계에 설계회사가 수천 개"라는 숫자를 제시하면, 그 숫자가 등록 기준인지 테이프아웃 기준인지부터 물어야 한다. 두 숫자는 세 배 이상 차이 난다.
둘째, 국가별 산업 구조 비교다. 확인 비율이 높은 나라는 상장 중심의 투명한 구조를 가졌다는 뜻이고, 모수는 큰데 확인 비율이 낮은 나라는 롱테일이 두껍다는 뜻이다. 어느 쪽이 우월하다는 판단이 아니라 구조의 차이다.
셋째, 개별 회사 검증의 출발점이다. 명단의 각 행에는 증거 종류와 출처가 붙어 있다. 특정 회사를 인용하거나 거래를 검토할 때는 그 증거를 원본에서 다시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이 센서스는 검증의 끝이 아니라 검증의 입구다.
숫자가 던지는 세 가지 질문
이 센서스의 숫자들은 답인 동시에 질문이다.
첫 번째 질문은 집중도에 관한 것이다. 이름으로 확인한 640개사 중 65%가 중국과 미국과 대만에 있다. 등록 모수로 봐도 중국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반도체 설계라는 활동은 지리적으로 넓게 퍼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수 거점에 강하게 집중돼 있다. 이 집중이 앞으로 완화될지 심화될지는 각국 산업 정책의 성패에 달려 있다.
두 번째 질문은 경계에 관한 것이다. 시스템 회사의 내부 실리콘 조직을 포함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회사 수가 크게 달라진다. 자체 칩 설계가 대기업의 기본 역량이 되는 시대에는, 반도체 산업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자체가 분석의 전제가 된다. 이 센서스는 내부 조직을 포함하되 모회사를 명시하는 쪽을 택했다. 포함하지 않는 통계와 비교할 때는 이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
세 번째 질문은 속도에 관한 것이다. 등록 회사 수는 빠르게 늘지만, 양산 테이프아웃 회사 수는 그만큼 빠르게 늘지 않는다. 설계 도구의 발전과 설계 자산의 재사용이 진입 장벽을 낮춘 반면, 양산으로 가는 관문은 여전히 비싸고 좁기 때문이다. 입구는 넓어지고 출구는 좁은 구조다. 이 구조에서는 회사 수 경쟁보다, 테이프아웃을 양산과 매출로 연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쪽이 산업 전략의 핵심이 된다. 회사 수를 늘리는 정책과 회사를 강하게 만드는 정책은 다르게 설계돼야 한다.
다음 조사에서 달라질 것들
다음 조사에서는 세 가지를 보완할 계획이다. 첫째, 중국과 미국의 비상장 롱테일을 더 깊이 파서, 공개 증거가 부족해 이번에 넣지 못한 회사를 확인한다. 둘째, 신뢰도가 중간 이하인 행을 원본 공시로 다시 확인해 명단의 단단함을 높인다. 셋째, 사라진 회사와 인수된 회사를 별도로 기록한다. 산업의 규모는 새로 생긴 회사만이 아니라 사라진 회사의 기록까지 포함할 때 정확해지기 때문이다.
센서스는 한 번 만들고 끝나는 표가 아니다. 테이프아웃이라는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갱신돼야 하는 장부에 가깝다. 이 1차 조사는 그 장부의 첫 페이지다.
자주 묻는 질문
전 세계에서 실제로 테이프아웃하는 회사는 몇 개입니까?
Full-mask 양산 기준으로는 약 900~1,100개사로 추정됩니다. MPW와 shuttle까지 포함하면 약 1,250~1,650개사입니다. 이름과 증거로 직접 확인한 회사는 이번 조사에서 640개사입니다.
중국 설계회사 3,626개사가 모두 테이프아웃을 합니까?
아닙니다. 3,626개사는 2024년 등록 기준 설계회사 수입니다. 매출 1억 위안을 넘는 회사는 약 20%뿐이며, 나머지는 테이프아웃 여부가 개별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회사가 대부분입니다.
TSMC 고객 534개사가 곧 전 세계 테이프아웃 회사 수입니까?
아닙니다. 534개사는 TSMC 한 곳의 고객 수입니다. TSMC를 쓰지 않는 회사와 자체 팹에서만 만드는 설계 조직을 더해야 전 세계 규모가 됩니다. 반대로 한 회사가 여러 파운드리를 쓰면 중복 계산을 피해야 합니다.
IP 회사와 디자인 서비스 회사는 왜 빠졌습니까?
자체 칩을 테이프아웃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IP 회사는 설계를 라이선스하고, 디자인 서비스 회사는 고객의 칩을 대행합니다. 다만 자체 제품 흐름을 가진 ASIC 서비스 회사는 포함했습니다.
한국 회사는 몇 개사입니까?
이름과 증거로 확인한 한국 회사는 56개사입니다. 한국 팹리스 전체는 약 120개사로 알려져 있어, 확인된 회사가 모수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합니다.
유럽 회사는 몇 개사입니까?
이름과 증거로 확인한 유럽 회사는 66개사입니다. 독일 8개사, 영국 9개사, 스위스 8개사, 프랑스와 네덜란드 각 7개사 등이 중심입니다. 유럽은 자체 팹을 가진 대형 설계 조직과 차량·센서 분야 중소 팹리스가 함께 두꺼운 것이 특징입니다. 등록 기준 유럽 설계회사는 350~450개사로 추정되므로, 66개사 역시 확인 가능한 하한선으로 읽어야 합니다.
MPW 테이프아웃도 진짜 테이프아웃입니까?
그렇습니다. MPW도 실제 마스크와 실제 웨이퍼를 쓰는 진짜 테이프아웃입니다. 다만 여러 설계를 한 웨이퍼에 나눠 싣기 때문에 비용이 낮고, 양산이 아니라 실리콘 검증이 목적입니다. 그래서 이 센서스는 MPW만 한 회사를 양산 회사와 같은 층에 넣지 않고 Tier B 또는 MPW 포함 추정에 따로 셉니다. 구분 없이 합치면 산업 규모가 실제보다 부풀려 보입니다.
이 숫자는 얼마나 자주 바뀌어야 합니까?
최소 1년에 한 번은 갱신해야 합니다. 테이프아웃 발표와 상장, 인수와 폐업이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의 숫자는 2026년 10월 23일 기준입니다.
방법론과 지역별 추정, 중복 제거 가정은 함께 공개한 모델 문서에 정리했습니다. 명단의 각 회사에는 증거 종류와 출처를 함께 표기했습니다. 전체 명단은 센서스 데이터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조사는 공개 자료만을 사용했으며, 파운드리와 고객 사이의 비공개 계약 정보를 추정으로 단정한 부분은 없습니다. 구간으로 표시한 숫자는 모두 구간인 이유를 본문과 모델 문서에 밝혔습니다. 독자가 같은 자료를 갖고 다시 계산해도 같은 구간에 도달할 수 있도록, 사실과 추정을 끝까지 분리한 것이 이 센서스의 가장 중요한 규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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