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솔직한 고민
요즘 LinkedIn 채용공고들을 보면서 이상한 걸 느꼈다.
회사들은 예전보다 훨씬 높은 스펙을 요구하는데, 정작 신입 공고는 거의 열리지 않는다. 대학과 산업계가 연결된 계약학과 채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 소수의 공고에는 최상위권 후보자들이 몰린다. 경력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포지션 자체가 별로 없다.
뽑는 총 인원은 줄었는데, 뽑는 직무와 지역은 오히려 다양해졌다. 뉴스에선 반도체 인력을 대거 채용한다고 하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top-tier 논문을 들고 지원해도 서류 통과가 어렵다. 뉴스와 현실 사이의 온도차가 꽤 크다.
그렇다면 실제로 뽑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결국 해당 분야에서 실전 경험이 더 많은 사람이다. 신입 뿐만 아니라, 경력도 그렇다.
회사들은 AI를 써서 생산성을 높이라고 요구한다.
- 그런데 막상 쓰다 보면 이상한 느낌이 든다.
- AI를 쓰면 단위 시간당 산출물은 분명히 늘었다.
- 그런데 총량이 폭발적으로 커진다는 체감은 없다.
- "예전보다 더 많이 한 것 같긴 한데..." 이 어정쩡한 느낌. 이걸 선배에게 물어봐도 제대로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우리 세대가 처음 겪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면접장에서는 여전히 손코딩 테스트가 존재한다.(Pseudo code가 아닌, 진짜 Leet Coding test) 그런데 정작 현장의 엔지니어들은 스펙 문서를 정리해서 프롬프트로 입력하고, AI가 구현하는 걸 검토하는 방식으로 일한다.
면접관들도 그냥 과거에 했던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STEM 사람들은 AI 시대에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
"수행하는 자"와 "시키는 자"
이 구분이 지금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만들지 제안하고 결정하는 사람 vs. 그걸 실행하는 사람
AI는 무언가를 구현하는 사람들을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다. 예전엔 몇 시간이 걸리던 스크립트 작업이 몇 분 만에 끝난다. 이제는 사람이 시키고, AI가 초안을 뽑고, 사람은 검토한다.
AI는 구현을 정말 잘한다. 문제 인식도 어느 정도 하긴 하는데, 구현 실력에 비하면 아직은 모자란다.
그래서 지금 현장에서는 이런 구조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 Product Owner가 고객의 문제를 종합하고 R&D 엔지니어에게 스펙 문서로 정의해서 전달한다.
- 고객-PO-R&D 3자가 모여 "무엇을 설계할지"를 논의한다.
- 어떤 아키텍처가 이 애플리케이션에 맞는지, 어떤 트레이드오프를 감수할 것인지, 이건 아직 사람의 영역이다.
결국 AI 기반 개발 환경이 자리 잡으면서, 살아남는 사람들의 역할이 이렇게 나뉘기 시작했다.
- 문제 인식 전문가 — 인식하기 어려운 문제를 인식하는 예민한 사람.
- 설계 판단 전문가 — 기술적 트레이드오프를 이해하고, 큰 아키텍처 방향을 결정하는 큰 그림을 보는 사람.
- AI 오케스트레이터 — AI에게 업무를 시키고, 결과를 감시하는 관리형 사람.
- 책임자 — 제품 출시 전 최종 책임을 지는 꼼꼼한 사람.
시키는 것만 잘하는 1등은 가장 먼저 대체된다
우리 주변에 있는 최우수 인재들. 아무 취향 없이 학점만 높고, 창의성은 없는데, 외우는 걸 잘하고, 시키는 것만 잘하는 사람. 이 사람들이 AI에 가장 빨리 대체될 것 같다. 왜냐면 AI가 딱 그런 일을 제일 잘하기 때문이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 룰을 잘 따르면 되는 문제, 데이터가 매우 많은 문제.
AI가 문제인식을 하기 시작한 모델들을 보면, Deep think, thinking model 같은 생각을 되새김하는 모델들이 나오면서, 스스로 질문을 계속 하면서 문제인식 실력이 늘었다.
사람도 비슷하다.
제공 받은 스펙 시트대로 설계하는 엔지니어보다, "이 스펙이 최선인가? 더 나은 것은? 왜???"라고 질문하는 엔지니어가 더 가치 있어지는 시대다.
경영 수업을 배우면서 배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질문하는 능력"이었다는 거다. 기술만 알면 "어떻게(How)"는 답할 수 있다. 하지만 엔지니어들이 "무엇을, 왜(What & Why)" 같은 것들을 자주 놓친다.
1인 창업이 현실적인 옵션이 되었다
20년 전만 해도 혼자 창업한다는 건 쉽지 않았다
- 팀이 필요하고
- 자본이 필요하고
- 각 분야 전문가가 필요했다.
10년 전부터는 1인 창업 시대가 조금씩 시작되었다.
- 개발 프레임워크
- 개발 플랫폼
위와같은 것들이 나오면서, 1인개발자, 1인 게임 개발 같은 것들이 생겼다.
지금은 1차원 더 커졌다.
- Claude Code
- Codex
- Gemini
- Cursor
열고, 역할 분배하고, Deep research 주제를 주고, 아이디어 프롬프트를 주면,
몇 시간 만에 프로토타입이 나온다.
개발 이터레이션이 미친 듯이 빨라졌다.
- 틀렸으면 바로 뒤집고,
- 유저 반응 보고 또 뒤집고.
예전엔 개발자, 디자이너, 데이터 분석가 다 모아서 회의하고 방향 틀기가 눈치 보였다. 지금은 나 혼자 결정하고 AI한테 시키면 된다.
혼자서 주 100시간 근무를 월 $20~ AI 구독 몇 개와 함께하면, 1개 팀 수준의 생산성이 나온다.
물론 아직 어려운 부분이 있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는 AI가 잘 알려주지 않는다. 이게 쉬웠으면, 모든 사람들이 다 1인 창업을 했고, AI 회사들은 하루에 수십 개의 새로운 스타트업들을 만들었겠지.
고객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이 진짜 문제인지 검증하고, 시장에 맞는 형태로 포지셔닝하는 것. 이건 여전히 사람의 일이다.
그리고 솔직히, 여기서 STEM 능력과 비즈니스의 조합이 꽤 강력하다. 기술적으로 뭐가 가능한지 알고, 비즈니스적으로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도 아니까.
하고 싶은 말은, "꾸준함"도 무기다
요즘 뭘 만들든 빠르게 복사된다. 딸깍 하면 비슷한 게 나온다. 그래서 오히려 누가 만드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 사람이 얼마나 오래, 꾸준히 이 분야에 있었느냐.
- 그 사람의 스토리
- 학교
- 커리어
- 논문, 특허, 수상
- 발표, 사이드 프로젝트, ...
나도 이걸 배우는 중이다.
공개적으로 내 생각을 정리하고. 이게 5년 이상의 기록이 쌓이면, 그게 가장 강력한 신뢰의 증거가 되고, 평판이 된다.
나에게 하고 싶은 말
- 기술은 계속 배워라. 다만 AI 툴에 종속되지 말고, AI가 틀렸을 때 알아차릴 수 있는 기초를 단단히 해라. 그게 있어야 "시키는 자"가 될 수 있다.
-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 보는 경험을 쌓아라. 본업 외에도, 내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만들어서 세상에 내보내는 경험. 이게 AI 시대에 살아남는 근육이다.
- 좋아하는 걸 찾아라.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 진짜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것. 그게 AI가 대체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이 된다.
- 꾸준히 기록하고 알려라. 아무도 내 실력을 먼저 알아봐 주지 않는다. 내가 먼저 알려야 한다. 논문이든, 블로그든, 링크드인이든, 깃허브든.
완성된 답이 없다. 다만 이 고민을 혼자 하지 않았으면 해서, 솔직하게 써봤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야기 나눠요.